도서 리뷰 썸네일형 리스트형 릴리 프랭키, 도쿄타워 엄마와 나 때때로 아버지 이 이야기는 오래전에 그것을 향해 나아가기 위해 상경했었고 결국 떨려 나서 고향으로 돌아갔던 내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이곳에 나왔다가 돌아갈 곳을 잃어버린 나, 그리고 단 한 번도 그런 환상을 품은 일이 없는데도 도쿄까지 따라 나왔다가 다시 돌아가지 못한 채 도쿄 타워 중턱에 영면(永眠)한 내 어머니의 조그만 이야기다. _본문 시작에서 일본의 다재다능한 작가 릴리 프랭키의 자전적 소설이다. 릴리 프랭키는 작가로도 유명하지만 삽화가이자 배우로도 잘 알려진 인물이다. 본명은 나타가와 마사야(中川 雅也). 2005년 일본에서 처음 출간된 책이다.내가 이 책을 보게 된 건 단 한 줄의 소개 때문이었다. ‘우는 얼굴을 보이고 싶지 않다면 전철 안에서 읽는 건 위험하다.’ 이 한 문장에 홀려 책을 읽었고 지금은 내.. 더보기 최은영, 그 여름 이경은 그때 수이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한다.우린 서로 너무 다른 사람들이 되었어. 너도 느끼고 있었겠지. 서울에 올라온 이후로 모든 게 다 변해버렸잖아. 넌 네 얘기를 나에게 하지 않잖아. 네가 날 좋아하는지도 모르겠어. 내가 너에게 가장 좋은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널 위해서 따로 뭘 해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넌 나보다 더 좋은 사람을 만나야 해. 네 잘못은 없어. 다 나 때문이야.그 위선적인 말들을 이경은 기억한다. 아무 대답 없이 고개를 숙이고 있는 수이에게 이경은 괜찮으냐고 물어보기까지 했었다. 수이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살다보면 이런 일도 있는 거니까 다들 이렇게…… 사는 거니까…… 그러니까 너도 너무 걱정하지 마.” 분노도, 슬픔도, 그 어떤 감정도 읽을 수 없는 무미건조한 말투.. 더보기 J. M. 바스콘셀로스, 나의 라임오렌지나무 사랑하는 마누엘 발라다리스 씨, 오랜 세월이 흘렀습니다. 저는 마흔여덟 살이 되었습니다. 때로는 그리움 속에서 어린 시절이 계속되는 듯한 착각에 빠지곤 합니다. 언제라도 당신이 나타나셔서 제게 그림 딱지와 구슬을 주실 것만 같은 기분이 듭니다. 나의 사랑하는 뽀르뚜가, 제게 사랑을 가르쳐주신 분은 바로 당신이었습니다. 지금은 제가 구슬과 그림딱지를 나누어 주고 있습니다. 사랑 없는 삶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제 안의 사랑에 만족하기도 하지만 누구나와 마찬가지로 절망할 때가 더 많습니다.그 시절, 우리들만의 그 시절에는 미처 몰랐습니다. 먼 옛날 한 바보 왕자가 제단 앞에 엎드려 눈물을 글썽이며 이렇게 물었다는 것을 말입니다. “왜 아이들은 철이 들어야만 하나요?” 사랑하는 뽀르뚜가,.. 더보기 최은영, 쇼코의 미소 서른 살 여름, 종로 반디앤루니스 한국소설 코너에 서 있던 내 모습을 기억한다. 나는 안 되는 걸까. 한참을 서서 움직이지 못하던 내 모습을. 글을 쓰고 책을 내는 삶은 멀리 있었고, 점점 더 멀어지는 중이었다. 이 년간 여러 공모전에 소설을 투고했지만 당선은커녕 심사평에서도 거론되지 못했다. 그해 봄 애써서 썼던 ‘쇼코의 미소’도 한 공모전 예심에서 미끄러졌다. 나는 여유가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튼튼한 직장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매달 갚아야 할 엄연한 빚이 있었으며 언제나 경제적으로 쫓기는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어떤 가망도 없는 이 일을 계속하기는 어려워 보였다. 글을 써서 책을 내고 작가로 살아가고 싶었지만 포기할 시점이 왔다고 생각했다. 혼자 그런 생각을 하며 펑펑 울었던 적도 있다. 오래..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