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리뷰 썸네일형 리스트형 김보통, 아직 불행하지 않습니다 회사 다닐 적 내 소원은 ‘일만 하고 싶다’였다. 이미 새벽부터 밤까지 일하고 있지만, 무의미한 회식이 너무 많았다. 업무의 연장이라고 말하지만 이해할 수 없었다. 회식은 모두가 힘들어하고 좋아하지 않았는데도 끝없이 이어졌다. 이 정도면 회식이 아니라 얼차려였다. 그 덕에 가뜩이나 바쁜 일을 처리할 시간과 정신은 사라져 버렸다. 모두들 입만 열면 바쁘다 말했지만, 그 이유는 늘 새벽까지 술 마시고 다음날 기운을 차리지 못하기 때문인 것만 같았다. 그 상황에서도 같은 부서 동기 한 명은 회식이 끝나고 꾸역꾸역 사무실로 돌아가 다시 일을 했다. 눈은 풀리고 침을 질질 흘리면서도 “저는 일을 덜 끝내서 사무실에 가보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그를 부장은 “야 좀 살살 해!”하며 핀잔주듯 칭찬했다. 행여나 부장의 .. 더보기 김보통, 아직 불행하지 않습니다 회사 다닐 적 내 소원은 ‘일만 하고 싶다’였다. 이미 새벽부터 밤까지 일하고 있지만, 무의미한 회식이 너무 많았다. 업무의 연장이라고 말하지만 이해할 수 없었다. 회식은 모두가 힘들어하고 좋아하지 않았는데도 끝없이 이어졌다. 이 정도면 회식이 아니라 얼차려였다. 그 덕에 가뜩이나 바쁜 일을 처리할 시간과 정신은 사라져 버렸다. 모두들 입만 열면 바쁘다 말했지만, 그 이유는 늘 새벽까지 술 마시고 다음날 기운을 차리지 못하기 때문인 것만 같았다. 그 상황에서도 같은 부서 동기 한 명은 회식이 끝나고 꾸역꾸역 사무실로 돌아가 다시 일을 했다. 눈은 풀리고 침을 질질 흘리면서도 “저는 일을 덜 끝내서 사무실에 가보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그를 부장은 “야 좀 살살 해!”하며 핀잔주듯 칭찬했다. 행여나 부장의 .. 더보기 황교익, 한국음식문화박물지 1980년대 들면서 향토음식에 극적 사건이 일어난다. 광주 학살로 집권한 전두환 군사 정권은 1981년 여의도에서 '국풍'이라는 대규모 행사를 벌였다. 자신의 몸에 묻은 피 냄새를 국풍이라는 바람으로 날려 버리고 싶었던 것이다. 이 국풍 행사장에 전국의 유명 음식이 동원되었다. 고향을 떠나 서울에 살고 있는 도시민들에게 고향의 음식을 코앞에 들이밀어 잔치 분위기를 만들었으며, 그 분위기에 휩쓸린 사람들이 자신의 살인을 잊기 바랐던 것이다. 국풍은 대한민국에 향토음식 바람을 크게 일으켰다. 충무김밥, 전주비빔밥, 나주곰탕, 춘천막국수 등등의 '지명+음식명'의 향토 음식이 국풍을 기점으로 한국음식의 주요 항목으로 자리를 잡았다. 도시화, 산업화의 비정에 향토음식이 위안이 되었기에, 또 그 위안이 '살인의 추.. 더보기 무라카미 하루키,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 이 책의 제목인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는 본문에서도 썼듯이, 경유지인 하노이에서 만난 한 베트남 사람이 라오스로 향하는 내게 했던 질문입니다. 베트남에는 없고 라오스에 있는 것이 대체 뭐냐고 말이죠. 그 질문에 나도 한순간 말문이 막혔습니다. 그러고 보니 정말로 라오스에 뭐가 있다는 걸까? 그런데 막상 가보니 라오스에는 라오스에만 있는 것이 있었습니다. 당연한 소리죠. 여행이란 그런 겁니다. 그곳에 무엇이 있는지 이미 알고 있다면, 아무도 굳이 시간과 노력을 들여 여행을 가진 않을 겁니다. 몇 번 가본 곳이라도 갈 때마다 '오오, 이런 게 있다니!' 하는 놀라움을 느끼기 마련입니다. 그것이 바로 여행입니다. 여행은 좋은 것입니다. 때로 지치기도 하고 실망하기도 하지만, 그곳에는 반드시 무언가가..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