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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우리가 열광했던 것들

나는 국민학교를 졸업했다. 요즘 아이들에게 “국민학생이니?”라고 물어보면 “네?”하는 반문이 돌아온다. 생전 처음 듣는 단어라 그럴 테지만 어쩐지 아이들의 반문에 옛날 사람이 된 기분이다. 나는 국민학교를 다녔다. 지금은 모두들 초등학교를 다니지만 내가 초등교육을 받을 시기엔 초등학교는 없었다.국민학교가 처음 생긴 건 1941년이다. 일제는 일왕 히로히토의 칙령으로 ‘황국신민을 길러내는 곳’이라는 의미로 소학교를 ‘국민학교’로 바꿨다. 1945년 해방 이후 일본은 군국주의 청산을 위해 국민학교를 폐기하고 소학교로 명칭을 바꿨지만 정작 우리는 국민학교로 계속 사용하다 1996년이 돼서야 민족정기회복차원에서 초등학교로 변경했다. 지역마다 약간의 시간적 차이는 있겠지만 어쨌든 난 초등학교를 다닌 적은 없다. 처음에는 초등학교라는 말이 .. 더보기
그땐 그랬지 그 시절 우리가 열광했던 것들 | 그땐 그랬지written by mulgogizari 더보기
비운의 작곡가 마상원과 은하철도999 작곡가 마상원. 자세히는 몰라도 어디서 한 번쯤은 들어봤을 이름일 것이다. 작곡가 이전 그는 70년대 ‘마상원과 그 악단’이라는 밴드를 이끌었던 음악가다. MBC의 인기 프로그램인 ‘명랑운동회’나 ‘가요청백전’에서 멋진 음악으로 예능에 활력을 더 했던 밴드가 바로 ‘마상원과 그 악단’이다.나는 사실 방금 언급한 예능 프로를 한 번도 본 적 없다.(당시엔 내가 너무 어렸다) 그래서 밴드가 연주하는 음악도 들어 본 적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마상원이라는 이름 석 자를 또렷이 기억하는 건 그가 작곡한 수많은 만화 주제가 덕분이다. 악단을 운영하던 그가 어떻게 만화 주제가를 작곡하게 됐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만화를 방영해야 했던 방송사는 일본어가 아닌 한국어 주제가가 필요했고, 이 작업을 마상원에게 .. 더보기
TV 만화의 숨겨진 비밀 내가 어릴 적 TV에서 본 만화를 잠시 늘어놓자면 이렇다. 쥐라기 월드컵, 축구왕 슛돌이, 베르사유의 장미, 피구왕 통키, 전설의 용사 라무, 번개 전사 슈퍼 그랑죠, 몬타나 존스, 시간탐험대, 미래 용사 볼트론, 은하철도 999, 메칸더 V, 꾸러기 수비대, 로봇 수사대 K캅스, 아벨 탐험대. 이밖에도 더 굵직굵직한 만화들이 있지만 내가 기억하는 건 이 정도다. 인기가 좋았던 이 만화들은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일본 만화라는 것. 이제와 만화의 국적이 무슨 상관있겠냐마는 당시에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당연히 한국인인 줄 알았던 통키가 일본인일 줄은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다. 피구왕 통키의 원제는 ‘불꽃의 투구아 도지 단페이(炎の闘球児 ドッジ弾平)’로 ‘폭주 형제 렛츠&고(국내에서는 1998년 .. 더보기
만화와 애니메이션 나는 애니메이션이 아닌 만화를 보며 자란 세대다. 당시는 케이블 방송이 없던 시절이었다. 그래서 만화를 보려면 학교를 마치자마자 바로 집에 와야 했다.어릴 때 만화는 내게 유일한 문화였다. 물론 볼거리가 없던 건 아니다. 영화도 있고 책도 있으며 게임도 있었다. 다만, 돈이 안 드는 건 만화뿐이었다. 하루 용돈이 삼백 원이던 내게 선택권은 없었다. 중학생이 돼서도 만화를 봤다. 기억나는 만화를 잠시 이야기하자면 ‘K캅스 로봇 수사대’, ‘몬타나 존스’, ‘신비한 바다의 나디아’ 정도다. 제목은 또렷이 기억하지만 이 만화들이 어떻게 끝나는지는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시간이 지날수록 만화를 보는 시간이 줄었기 때문이다. 중학생쯤 되니 야간 자율학습도 했고, 친구들과 놀기도 해야 됐다. 그렇게 한두 번 빠트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