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끄끄 썸네일형 리스트형 루이스 쌔커, 구덩이 스탠리는 깨달았다. 이 모든 일은 운명이 아니었다. 아무짝에도 쓸모없고 지저분하고 냄새 풀풀 나는 돼지도둑 고조할아버지 탓이었다! _본문에서 _루이스 쌔커, 구덩이 오랜만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은 거 같다. 예전에 말한 적이 있던가. 아이들이 봐서 좋은 책은 어른들이 보면 더 좋다. 이 책도 그렇다. 책은 뚱뚱하고 왕따 당하는 스탠리가 어떤 운명 같은 일에 휘말려 억울한 누명을 쓰게 되고, 소년원인 초록호수캠프에서 구덩이를 파는 내용을 담고 있다. 책의 이야기 절반도 스탠리가 구덩이를 파는 내용이다. 책을 꼼꼼히 뜯어보면 여러 교훈들이 담겨 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선의에 관한 거다. 선의는 남에게 도움을 베푸는 것이지만 결국 자기 자신에게 그 선의는 되돌아오기 마련이다. 때문에 선의는 남이 .. 더보기 오기와라 히로시,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 가게 안은 허름한 외관과는 사뭇 달랐다. 아담하고, 청결하고, 정연했다. 올록볼록 무늬가 도드라진 하얀 벽지는 막 빨아 다림질하기 전의 시트처럼 뽀얗고, 진한 갈색 바닥은 아이스링크로 사용해도 될 만큼 반짝거렸다. 라벨의 방향이 가지런하게 진열된 각종 약제는 완벽주의를 지향하는 연출가의 지시에 따라 무대 위에서 정확하게 자기 위치에 선 배우처럼 보였다. 가게 주인은 손님용 의자 옆에 마치 무슨 부속품마냥 서 있었다. 예약 시간을 확인하면서 내가 오기 전부터 줄곧 그렇게 서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자기 머리 스타일에는 별로 개의치 않는지, 그냥 짧기만 한 머리는 염색도 하지 않아 흰머리가 눈에 띄었다. 나이는 많아도 등은 꼿꼿하다. 의자에 안자마자 하얀 기운이 내 몸 전체에 씌워졌다. 타인이, 그것도 나보다.. 더보기 무라카미 하루키, 무라카미 하루키의 위스키 성지여행 어떤 여행이라도 많든 적든 간에 나름대로의 중심 테마 같은 것이 있다. 시코쿠에 갔을 때는 매일 죽으라 하고 우동만 먹었으며, 니이카타에서는 대낮부터 알싸하고 감칠맛 나는 정종을 실컷 마셨다. 되도록 많은 양(羊)을 보고 싶어 훗카이도를 여행했고, 미국 횡단 여행을 할 때는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은 팬케이크를 먹었다(일생에 단 한번이라도 팬케이크를 질리도록 실컷 먹어 보고 싶었다). 토스카나와 나파밸리에서는 인생관에 변화가 생길 만큼 엄청난 양의 맛있는 와인을 뱃속으로 밀어 넣었다. 어찌 된 영문인지 독일과 중국을 여행할 때는 동물원만 돌아보고 다녔다. 이번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 여행의 테마는 위스키였다. (중략) 만약 우리의 언어가 위스키라고 한다면, 이처럼 고생할 일은 없었을 것이다. 나는 잠자코 술.. 더보기 황교익, 한국음식문화박물지 1980년대 들면서 향토음식에 극적 사건이 일어난다. 광주 학살로 집권한 전두환 군사 정권은 1981년 여의도에서 '국풍'이라는 대규모 행사를 벌였다. 자신의 몸에 묻은 피 냄새를 국풍이라는 바람으로 날려 버리고 싶었던 것이다. 이 국풍 행사장에 전국의 유명 음식이 동원되었다. 고향을 떠나 서울에 살고 있는 도시민들에게 고향의 음식을 코앞에 들이밀어 잔치 분위기를 만들었으며, 그 분위기에 휩쓸린 사람들이 자신의 살인을 잊기 바랐던 것이다. 국풍은 대한민국에 향토음식 바람을 크게 일으켰다. 충무김밥, 전주비빔밥, 나주곰탕, 춘천막국수 등등의 '지명+음식명'의 향토 음식이 국풍을 기점으로 한국음식의 주요 항목으로 자리를 잡았다. 도시화, 산업화의 비정에 향토음식이 위안이 되었기에, 또 그 위안이 '살인의 추.. 더보기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