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너를 생각하는 건 나의 일이었다. 너와 헤어진 뒤로 나는 단 하루도 너를 잊은 적이 없었다. _본문에서
내가 읽은 김연수 작가의 첫 소설이다. 이 책을 읽기 전에도 김연수 작가는 이미 유명했지만 당시 나는 좋아하지도 않는 고전문학 한 번 읽어보겠다며 책과 씨름하느라 국내의 좋은 소설을 많이 놓치고 있던 때였다.
아무튼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나를 사로잡는 이 한 문장 때문이었다.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너를 생각하는 건 나의 일이었다.’
이 문장을 듣자마자 내용도 모른 체 반드시 이 책을 읽어야겠다고 다짐했었다.
책의 화자인 카밀라는 미국으로 입양된 한국인이다. 어느 날 카밀라에게 상자 하나가 배달되고 그 속에서 한 장의 사진을 발견한다. 사진은 한 젊은 여자가 갓난아기를 안고 있었고, 그 아기가 자신임을 직감한다.
그 뒤로 카밀라는 애인인 유이치와 함께 친모를 찾아 한국으로 향한다. 한국에 도착한 카밀라는 수소문 끝에 친모가 다녔던 학교를 찾게 되고 그곳에서 교장인 신혜숙과 만난다.
엄마에 대해 묻는 카밀라. 신혜숙은 카밀라의 친모에 대한 기록은 학교 어디에도 없다 대답한다. 그러나 교장의 말과 달리 학교 도서관에서 엄마가 쓴 문집을 발견한 카밀라. 그 속에서 자신의 이름이 ‘정희재’라는 것을 알게 된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눈물 쏙 뺄 정도의 슬픈 사랑이야기인 줄 알았다. 그런데 예상했던 이야기와는 너무 달라서 읽는 내내 충격이었다. 감춰져 있던 진실이 하나씩 밝혀질 때마다 복잡 미묘한 감정에 휩싸여 흡사 잘 짜인 미스터리 소설을 읽는 거 같았다.
그래서인지 소설을 다 읽었을 땐 책의 제목이며 내가 좋아하는 위의 문장도 더 이상 아름답게만 느껴지지 않았다. 그건 애달픔과 쓸쓸함 그리고 심연 깊이 자리 잡은 그리움이었다.
이 책은 독후감 쓰기가 어려웠다. 여러 사건들이 하나의 사건을 통해 뒤엉켜있고, 시점도 다양해 독후감 초짜인 내가 글로 옮기기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독후감을 쓴 건 오로지 김연수라는 작가 때문이다.
이미 많은 사람이 알겠지만 김연수 작가의 글은 섬세하고 미묘해 읽는 이의 다양한 감정을 이끌어낸다. 또 이런 감정을 담은 문체는 어찌나 수려하던지 지금도 책의 내용보다 읽었을 당시의 감정과 문장이 더 또렷이 남아있을 정도다.
그래서 모자란 내 글로는 작가의 소설을 담아내기 힘들었다. 그렇지만 꼭 한 번은 소개해 보고 싶어 부족하게나마 글로 옮겨본다.
북끄끄 | 김연수,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written by mulgogiza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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