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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같지 않은 소설/금융론은 모르는 세상론

‘대의명분’이라는 도구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주로 사용하는 것이 '대의명분'이라는 도구이다. 사실 싸우기 위해 명분을 세우는 것이지, 명분을 위해 싸우는 경우는 흔치 않다.

그래서 양쪽이 '도레미파솔라시도 중에 어느 하나만 걸려봐라' 하고 있다가 상대가 파라도 치는 날에는 솔을 쳐야지 왜 파냐고 미친듯이 파고든다. 그들에겐 그게 도든 레든 미든 관계없다. 그냥 상대가 뭐라도 누르는 게 싫은 거다.

이것은 일종의 제로게임이다. 서로가 놓은 '분노의 덫'에 스스로 말려들어가 상대가 없어질 때까지 죽이는 것. 정작 근본은 뒷전으로 밀려나는 것. 상대의 상흔과 시신을 제물로 바쳐 싸움의 정당을 확보하는 것. 불타는 논밭 위에서 춤추고 좋아하는 것.

대의명분의 진정성을 보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그에 관한 일에 대해 일관적으로 실천하고 있는지만 살피면 된다.

무슨 사건이 터질 때마다, 언제부터 우리가 저 문제에 그토록 진지하게 고민하고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는가를 되묻는다. 논밭을 태워먹은 건 저들도 아니고 이들도 아니고, 정작 평소에는 쟁기한번 끌지 않고 빈둥대는 '나'다.

나는 이것을 자원입전이라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