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올림픽 삼매경인데 아내는 창밖만 본다. 유성우를 기다리는 것인데, 못참고서는 마당에 나가 돗자리를 펴 놓고 아예 누워버렸다. 달 지고 삼십분 지나서인가, 뭔가 지나갔다고 외치는 마디에 덩달아 마음이 동해서 '별똥별 그거 뭔지 한번 보자'하고 나갔다.
물반 별반이다. 초점을 놓고 멍하니 있으려니 정말로 꼬리 문 빛깔들이 쌕쌕 지나간다. '오!'하고 외치는 순간에 쏙 잠겨버린다. 큰 놈 작은 놈해서 여섯개를 보고나니 이내 잠잠해진다. 몰려드는 모기 통에 더는 못 있을 것 같아 1분만 더 보고 들어가자하고 막 일어서려는데, 갑자기 북서편에서 남동편으로 큰 놈 하나가 칼처럼 일어서서는 우직하고 판을 갈라놓는다.
다른 별 어디에선가 지구별을 한 가운데 놓고 쌕쌕 지나가는 별 구경을 하고 있을지 모르겠다는 짐작을 했다. 저게 우리쪽으로 떨어지면 '오!' 딱 한마디 지르고 먼지도 없이 사라지겠다, 공룡도 그랬겠다, 실없이 웃고 들어왔다.
'소설 같지 않은 소설 > 서울집, 대전집, 광주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줄야근 틈새를 달리다. (0) | 2019.04.28 |
---|---|
태양건조하기 좋은 날의 아침카페 (0) | 2019.04.28 |
아버지의 ‘지방쓰는 법’ (0) | 2019.04.27 |
현아의 ‘원룸’은 집이다. (0) | 2019.04.27 |
싱싱한 아침 샐러드, 브람스의 발라드 (0) | 2019.04.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