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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같지 않은 소설/서울집, 대전집, 광주집

현아의 ‘원룸’은 집이다.



입사 후 첫 거처는 탄방동 원룸이었다. 나중에 관사로 옮기기까지 대략 8개월 정도 그곳에 살았다.

방음상태가 매우 불량했다. 내 좌우 룸 모두 누가 살고 있는지, 싸우는지 티비를 보는지 사랑을 하는지, 아주 세세한 것들까지도 생생히 들렸다.

특히 내 오른쪽 룸은 거의 난장판에 가까웠다. 한 커플이 살고 있는 것 같은데, 날이면 날마다 다투다가도, 어느 순간 보면 화해한다. 물론 그렇지 않은 날도 있다. 그럴 땐, 남자가 문을 쾅 닫고 어디론가 나가버린다. 화장실로 독한 연기가 퐁퐁퐁 잠입한다. 문을 꼭 닫아두는 것을 잊지 않는다.

그 작은 쪽방에 툭하면 대여섯명쯤 되는 친구들이 몰려와서는 술 마시고 소리지르며 밤새 뛰어노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격무로 곯아떨어지지 않았다면 아마 그냥 두지 않았을 것 같다.

현아 '내 집에서 나가'(2015)를 듣다보니 이 집이 그 집이구나 싶다. 나는 단순히 룸을 잠만 자고 나가는 임시거처로 썼지만 그 사람들은 룸이 '집'이었던 것 같다. 옆은 없는 거다. 내 집이니까. 작던 크던 그건 그 사람의 세계인 거다. 잡다한 타의 생활소리가 크게 거슬리지 않았던 것 보면 '참 여러가지 집이 있구나'하는 생각 정도는 품고 있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