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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같지 않은 소설/서울집, 대전집, 광주집

의류 관리기도 세탁소 아저씨 못 따라온다.



[대전집]

세탁소 아저씨는 가급적 비 오는 날 옷을 맡기러 오지 말라고 간언했다. 왜그러냐 물었더니 '세탁소는 기름으로 처리하기 때문에 정장에 수분이 묻어오면 그만큼 소요되는 시간도 늘어나거니와 무엇보다 양복의 수명이 줄어든다'고 했다.

빗물 스민 양복을 한 손으로 받치고서 다른 한 손으로 방울방울 손가락으로 조심스레 튕겨낸다. 다리미로 지그시 눌러 한참동안 면을 말린다. 옷을 아이 다루듯 하여 일종의 경이로움마저 느껴졌다. 찾을 옷을 꺼내더니 비닐로 씌워 하단은 살살 돌려말아 비를 맞지 않도록 꼼꼼하게 스템플러를 박아준다.

수선을 맡기러 갈 땐, 입고 있는 지금 바지도 가져 가야 한다. 체격으로 봐서는 백화점에서 재어준 길이가 맞지 않다는 것이다. 두 개 비교해보면 여지없이 차이가 난다. 하얀 초크를 조심스레 집어들어 날카롭게 싹 긋는다. 그리고는 항상 소요날짜를 알려준다. 그 전에는 끝낼 수 없다고 못 박는 거다. 할 수 있는 역량 내에서만 작업하고 9시가 되면 문을 닫는다.

세탁소 아저씨의 세탁은 세탁 그 이상의 하나의 의복보존철학이다. 상하게 하지 않고 최대한 온전히, 그리고 오래 입는 방법을 고려하면서 옷을 만진다. 한 해 입고 버릴 셈 산 옷 가져가면 한번 만져 보고 단번에 알아챈다. '오래 가는 옷을 입어야 체형도 변하지 않고 좋다'며 핀잔 아닌 핀잔을 준다

예민한 손.
경의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