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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그 시절 우리가 열광했던 것들

나는 국민학교를 졸업했다.

요즘 아이들에게 “국민학생이니?”라고 물어보면 “네?”하는 반문이 돌아온다. 생전 처음 듣는 단어라 그럴 테지만 어쩐지 아이들의 반문에 옛날 사람이 된 기분이다.


나는 국민학교를 다녔다. 지금은 모두들 초등학교를 다니지만 내가 초등교육을 받을 시기엔 초등학교는 없었다.

국민학교가 처음 생긴 건 1941년이다. 일제는 일왕 히로히토의 칙령으로 ‘황국신민을 길러내는 곳’이라는 의미로 소학교를 ‘국민학교’로 바꿨다.


1945년 해방 이후 일본은 군국주의 청산을 위해 국민학교를 폐기하고 소학교로 명칭을 바꿨지만 정작 우리는 국민학교로 계속 사용하다 1996년이 돼서야 민족정기회복차원에서 초등학교로 변경했다. 지역마다 약간의 시간적 차이는 있겠지만 어쨌든 난 초등학교를 다닌 적은 없다.


처음에는 초등학교라는 말이 입에 착착 붙질 않았다. 초등학교라는 단어가 어쩐지 간질간질하고 민망하다고 해야 하나. 몸에 안 맞는 옷을 입는 것처럼 어색해 나도 모르게 국민학교라 더 많이 쓰고는 했다.


나이를 제법 먹은 지금은 초등학교라는 말보다 국민학교라는 말이 더 어색해져 있다. 지금 쓰고 있는 한글 프로그램만 해도 국민학교라는 단어를 초등학교로 바꿔주기 바쁘다. 컴퓨터도 국민학교라는 단어가 이제는 어색한 것이다.


아픈 의미를 지니고 시대 속 잊혀진 단어지만 나에겐 그저 어린 시절일 뿐이다. 어느 때보다 풋풋하고 때 묻지 않았던 때. 넉넉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았던, 그래서 다시는 돌아갈 수 없어 아쉽고 그립기만 시간. 꿈으로 가득하던 그때, 나는 마지막 국민학교 졸업장을 받았다.






그 시절 우리가 열광했던 것들 | 나는 국민학교를 졸업했다.

written by mulgogiz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