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문고 핫트랙스 앞에는 조성진 앨범으로 도배가 되어있다. 쇼팽 콩쿨 1위가 보여주는 음반시장의 파괴력이다.
그런데 이 파괴력이라는 것이 음반 그 자체의 기력을 대변하는 것인지, 아니면 소비시장 공략으로서의 값어치를 말하는 것인지는 구분해 볼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15 조성진의 쇼팽 콩쿨 1위와 '05 임동혁 쇼팽 콩쿨 3위의 연주 수준을 비교해보면 순위가 곧 기량의 절대적인 가늠자가 될 수 없음을 알 수 있다.
임동혁은 '05 콩쿨 당시 조율사의 어이없는 실수(조율 후에 도구를 피아노 속에 그대로 두고 감)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개성을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펼쳐 보이며 온 관객의 갈채 박수를 이끌어 냈다.
3위라는 '의외의 결과'에 그의 스승 아르헤리치는 자리를 박차고 콩쿨장을 떠났으며, '빡친' 아르헤리치는 EMI에 자신의 직권으로 임동혁의 데뷔 앨범을 제작하였다.
임동혁의 금번 쇼팽 전주곡은 그동안 연주자가 갈고 닦아왔던 기량을 유감없이 발휘한 작품이다. 딱 세 곡 듣고 바로 구입했다.
24개의 조각으로 구성된 전주곡은 쇼팽의 의도에 따르면 곡 사이마다 연관성이나 개연성이 거의 없다. 그러나 해석은 훗날 연주자의 몫으로, 이번 앨범을 들어보면 곡 전체를 관통하는 일관된 타 건의 맥이 잡힌다. 전체의 곡을 하나의 곡이라고 생각하면서 연주했다는 그의 말에 공감한다.
"아르헤리치나 루빈스타인의 고전에 비견될만하다". 도이치 그라모폰 에디터스 초이스로 선정된 금번 음반에 대한 평이다. 소장할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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