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대로 하자. 이것이 읍참마속의 핵심이다. 마속은 하나의 샘플일 뿐이다. 제갈량이 법대로 할 수 밖에 었던 배경에는 촉한의 내부분열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불거져 있었던 상황이 깔려있다. 형주를 잃은 이후부터 이 문제는 극심하게 커진다. 인사1그룹인 형주파, 2그룹 동주파, 3그룹 익주파 모두가 파주라는 조그마한 파이를 놓고 치열한 각축을 벌였다. 그래서 꺼낸 카드가 '법치주의'다.
누구의 손 하나 들어줄 수 없는 상황에서 그만 공명의 최측근 마속이 대형사고를 쳤다. 군법에 따라 죽이지 않았을 수 없었다. 마속이 죽고, 공명은 다음 자신의 후계자를 세 그룹 안에서 찾지 않았다. 형주파를 쓰기에는 부담이 컸다. 익주파는 자기 땅에서 잘먹고 잘살기만 바랬다. 그들은 애초부터 정벌이나 한나라의 회복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그래서 공명은 적국의 땅에서 후계자를 데려온다. 천수 기현 사람 강유다.
결국 읍참마속의 뿌리는 관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관우가 형주를 빼앗기면서 형주와 동주 출신들이 그곳에서 활약하지 못하고 파주에 얹혀살게 된 것이 훗날의 큰 화근이 되었다. 촉한의 정통파는 형주파였지만 그들은 엄밀히 따지면 파주의 난민이었다. 난민이 본래의 근거지를 잃고 원주민 위에 군림하게 되면서 관계의 금이 가기 시작했다. 등애가 성도로 급습했을 때, 유선에게 항복을 적극적으로 주장했던 것은 바로 익주파의 대표 초주였다.
파이를 크게 만드려는 사람과 조금의 파이라도 빼앗기지 않으려는 사람들 간의 다툼.
읍참마속.
'소설 같지 않은 소설 > 금융론은 모르는 세상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승의 날, 최고의 선물은 당신의 결과물이다. (0) | 2019.05.14 |
---|---|
무균무때의 시대, 살균제의 출현 (0) | 2019.05.14 |
달빛과 음력의 시절, 인류의 시력은 어땠을까? (0) | 2019.05.03 |
인류 멸망 보고서 (0) | 2019.05.01 |
인간 조기경보기, 방공작전통제병으로서의 삶 (0) | 2019.05.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