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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클수록 클래식

쇼팽 스페셜리스트, 타마슈 바샤리의 철학



“베토벤을 못치면 쇼팽도 못친다”

20세기 최고의 쇼팽 스페셜리스트 타마슈 바샤리의 말에 공감한다. ‘모차르트 없이 베토벤도 없다’는 내 평소의 생각과 일직선상에 놓여있는 듯 하다. 실제로 모차르트의 [6개의 독일무곡] 만 자세히 들어봐도, 베토벤의 피아노곡 중 상당부분이 모차르트의 화성법에서 진보되었음을 알아차릴 수 있다.

바샤리는 전체 구도에 대한 이해가 뒷받침되면 무엇이든 대입시킬 수 있다는 것을 라흐마니노프 피협 연주로 증명했다. 협주곡 3번 카덴차 ossia 부분을 들었을 때, ‘최고의 낭만주의자’는 ‘최후의 낭만주의자’이기도 하구나 싶었다. 타건과 터치 모두 섬세하면서도 매우 도발적인, 흔한 말로 곡을 엿가락처럼 가지고 노는 수준이다

‘피아노의 귀신’ 프란츠 리스트에 이어 졸탄 코다이와 벨라 바르토크의 등장, 그 뒤를 잇는 타마슈 바샤리의 현존은 말그대로 19-20세기 헝가리 클래식의 계보를 말해준다.

헝가리인은 부다페스트에 천년전 자신들의 터전을 다진 여섯부족장을 기념하는 광장을 만들었다. 부족장들은 모두 무속인이었다.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곡에 헝가리 무곡이 있다. 최근 헝가리 문화부 장관은 한국의 무속문화와 자국의 무속문화의 상관관계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예술의 시각 폭이 매우 넓은 자들이다.

타마슈 바샤리는 그의 스승 코다이처럼 헝가리에 터를 잡고 인재 양성에 힘쓰고 있다. 내 기준에서, 그의 라흐마니노프 피협은 베스트 3안에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