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인사 후 피아노 뚜껑을 살며시 덮고 들어가는 모습에 관중들이 터져버렸다. 지휘자 겸 피아니스트인 김대진이 보여준 위트다.
'질풍노도'의 주제를 안고 베토벤 17,26,14,23을 줄기차게 밀고 가는 혼신의 열정. 제일 힘든 곡들로만 승부. 흔히들 14번 월광은 1악장만 알고 쉬운 줄 알지만 뒤로 갈수록 폭주의 음표로 온천지를 수놓는 강렬한 곡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더구나 마지막 23번 '열정' 연주에서 남겨두었던 에너지를 모조리 탈탈 쏟아붓는 지경에 나도 함께 기진맥진해버렸다.
나는 여기에 있고, 여러분은 내 노력의 결실을 마음껏 느껴봐라하는 당당한 얼굴. 당당하면 나와서 실력으로 보여준다는 그 내공의 깊이. 건반이 박살나는 줄. 존경받기란 결코 쉽지 않은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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